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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맥경화는 혈관이 거의 다 막힐 때까지 본인이 전혀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저도 작년에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셔서 심근경색 진단을 받기 전까지는 이게 얼마나 조용하고 무서운 병인지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아프다고 느끼는 순간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는 것, 그게 가장 먼저 마음에 걸립니다.

동맥경화는 왜 생기고, 왜 모르고 지나치는가
아버지가 쓰러지시기 몇 달 전부터 가슴이 답답하고 아프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저는 그때 단순한 식도염이나 소화 문제겠거니 하고 넘겼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 신호를 너무 가볍게 본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동맥경화(atherosclerosis)란 혈관 안쪽 벽에 콜레스테롤과 염증 세포가 쌓이면서 혈관이 딱딱해지거나 내부가 좁아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혈관벽 자체에는 통증을 감지하는 센서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동맥경화가 진행되어도 혈관이 막혀 뇌세포나 심장 근육이 직접 손상을 입기 전까지는 본인이 알 방법이 없습니다.
동맥경화를 가속시키는 주요 위험인자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음주입니다. 이 위험인자들이 20년 가까이 조용히 쌓이면 몸 전체의 혈관이 동시에 변하기 시작합니다. 작은 혈관은 점점 딱딱하게 굳어 고혈압을 더욱 공고히 만들고, 큰 혈관은 안쪽이 부풀어 오르며 혈전(혈액 덩어리)이 생기기 좋은 환경이 됩니다. 여기서 혈전이란 혈액이 굳어 덩어리진 상태로, 이것이 혈관을 막는 순간 심근경색이나 뇌경색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내장지방(visceral fat)이 문제입니다. 내장지방이란 피부 아래가 아닌 복강 내 장기 사이에 쌓이는 지방으로, 이것이 과도해지면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을 지속적으로 분비해 동맥경화 진행을 크게 앞당깁니다. 삼겹살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과식으로 인한 비만이 내장지방을 늘리는 게 진짜 문제라는 점은 저도 이 내용을 정리하며 새삼 확인했습니다.
- 고혈압: 혈관 안쪽에 지속적인 물리적 손상을 일으켜 초기 병변을 만든다
- 고지혈증: 손상된 혈관 부위에 콜레스테롤이 끼어들어 염증을 증폭시킨다
- 당뇨: 혈당이 높은 환경이 염증 반응을 더욱 심하게 만든다
- 내장지방: 만성 염증 물질을 분비해 동맥경화 진행 속도를 높인다
- 흡연·음주: 혈관 내피 세포를 직접 손상시키고 위험인자들을 더 빠르게 악화시킨다
동맥경화가 진행되면 혈관에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나
아버지가 응급실에서 받은 진단은 심근경색이었습니다. 막힌 혈관을 뚫는 시술을 받고 무사히 회복하셨지만, 의사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동맥경화가 단순한 노화가 아니라 관리 여부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상태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동맥경화가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 먼저 고혈압으로 혈관 내벽에 미세한 상처가 생깁니다. 상처가 생기면 염증 반응이 일어나고, 혈중 콜레스테롤이 그 자리에 끼어들면 염증이 더 심해집니다. 당뇨가 있으면 이 염증을 한층 더 증폭시킵니다. 결국 혈관 안쪽에 콜레스테롤 핵과 염증 세포로 이루어진 흐물흐물한 덩어리가 자라납니다.
이 덩어리는 어느 순간 혈류의 압력을 받아 갑자기 터지고, 그 자리에 혈전이 빠르게 형성되어 혈관을 완전히 막아버립니다. 심장 혈관이 막히면 심근경색, 뇌 혈관이 막히면 뇌경색입니다. 반대로 작은 혈관이 딱딱해지다가 바깥으로 찢어지면 뇌출혈로 이어집니다. 이 두 가지 모두를 아울러 뇌졸중(stroke)이라 부릅니다. 뇌졸중이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뇌 기능에 갑작스러운 손상이 생기는 상태를 뜻합니다.
한 가지 더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동맥경화로 한 번 생긴 병변은 어떤 약을 먹어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없다는 점입니다. 마치 깊이 난 흉터가 어떤 연고를 발라도 정상 피부로 돌아오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약으로 더 나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뿐, 이미 굳어버린 혈관을 원상복구하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한뇌졸중학회에 따르면 뇌졸중의 약 80%는 예방 가능하며, 그 핵심은 위험인자의 꾸준한 관리에 있다고 강조합니다(출처: 대한뇌졸중학회).
혈관 상태를 확인하는 실전 방법과 예방 접근
저는 아버지 일을 겪은 뒤로 가슴이 조여 오거나 콕콕 쑤시는 느낌이 생길 때 예전처럼 그냥 넘기지 못하게 됐습니다. 물론 모든 가슴 통증이 심근경색인 것은 아니지만, 반복되거나 평소와 다른 양상이면 반드시 확인해봐야 한다는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동맥경화는 증상이 없어서 반드시 영상 검사로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우선 경동맥 초음파(carotid ultrasonography)는 목 부위의 혈관을 초음파로 들여다보는 검사입니다. 경동맥이란 심장에서 뇌로 혈액을 공급하는 목의 주요 혈관으로, 이 혈관의 상태가 전신 동맥경화 수준을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검사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방사선 노출이 없어 비교적 부담 없이 받을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3~5년에 한 번 정도 확인해 두면 본인의 혈관 상태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추이를 알 수 있어 유용합니다.
40~50대가 넘었다면 뇌혈관 MRI, 정확히는 MRA(자기공명혈관조영술)를 한 번쯤 찍어보는 것도 권장됩니다. MRA란 자기장을 이용해 뇌 혈관의 상태를 상세히 촬영하는 방법으로, 조형제 없이도 혈관 구조를 선명하게 보여줄 뿐 아니라 동맥류(뇌혈관 꽈리)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동맥류란 혈관 벽의 일부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로, 터지면 지주막하출혈이라는 가장 치명적인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심장 혈관 확인에는 CT가 더 선명하게 보여주므로 관상동맥 CT를 선택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검사보다 더 기본이 되는 것은 역시 위험인자 관리입니다. 대한심장학회는 금연,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 적정 체중 유지, 혈압·혈당·콜레스테롤의 정기적인 확인을 심뇌혈관 질환 예방의 핵심으로 꼽고 있습니다(출처: 대한심장학회). 시중에 혈액 순환 개선에 좋다는 영양제가 많지만, 제가 이 내용들을 살펴보며 느낀 것은 탈수가 되지 않도록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조차 어떤 영양제보다 확실한 혈액 순환 관리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강한 효능을 내세우는 성분일수록 오히려 출혈 위험이 생길 수 있고, 어떤 영양제든 확신이 있다면 꾸준히 매일 챙겨야지 기분 날 때만 먹어서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동맥경화는 증상이 전혀 없나요?
A. 네, 대부분의 경우 혈관이 상당히 좁아질 때까지 본인이 느끼는 뚜렷한 증상이 없습니다. 혈관벽에는 통증을 감지하는 센서가 없기 때문입니다. 혈관이 막혀 심장이나 뇌에 실제 손상이 생긴 뒤에야 비로소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증상으로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버지가 쓰러지시기 전에 가슴 불편감을 호소하셨던 것은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Q. 동맥경화, 약 먹으면 되돌릴 수 있지 않나요?
A. 안타깝게도 한 번 생긴 동맥경화 병변은 정상으로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약은 더 빠르게 진행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피부에 깊게 난 흉터가 어떤 약을 발라도 원래 피부로 돌아오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위험인자를 관리해 병변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Q. 경동맥 초음파 검사, 얼마나 자주 받아야 하나요?
A. 위험인자가 없고 건강 관리를 잘 하고 있는 경우라면 3~5년에 한 번 정도 받으면 충분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등 위험인자가 있다면 주치의와 상담해 주기를 더 짧게 가져가는 것이 좋습니다. 경동맥 초음파는 방사선 노출도 없고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는 검사입니다.
Q. 혈액순환 개선 영양제, 효과 있나요?
A. 시중에 혈액순환 개선을 내세우는 영양제가 많지만, 실제 약효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강한 항혈전 효과를 가진 성분은 출혈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건강한 사람은 혈액 순환 자체에 문제가 없으며, 탈수가 되지 않도록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고 확실한 혈액 순환 관리 방법입니다.
Q. 40대인데 뇌혈관 MRI, 꼭 찍어봐야 하나요?
A. 40~50대가 되면 동맥경화가 어느 정도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어 한 번쯤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MRA(자기공명혈관조영술)는 방사선 노출 없이 뇌혈관 상태와 동맥류 여부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무조건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고, 가족력이나 개인 위험인자를 고려해 의사와 상담한 뒤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결론
아버지가 쓰러지신 그날 이후로 저는 혈관 건강을 막연한 미래의 문제로 미루지 않게 됐습니다. 동맥경화는 조용히 수십 년에 걸쳐 쌓이는 상태이고, 이미 생긴 병변은 되돌릴 방법이 없습니다. 결국 할 수 있는 건 지금 당장 위험인자를 줄이고 꾸준히 관리하는 것뿐입니다.
검사를 무조건 많이 받으라는 것이 아닙니다. 본인의 나이, 가족력,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수치 같은 위험인자를 먼저 파악하고, 그에 맞는 검사 계획을 의사와 함께 세우는 것이 현실적인 출발점입니다. 경동맥 초음파부터 3~5년 주기로 확인해 보는 것만으로도 본인 혈관의 대략적인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저도 이번 기회에 검사 일정을 잡아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