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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피곤하면 어김없이 입안 어딘가가 하얗게 헐어버리는 경험, 저는 어릴 때부터 정말 달고 살았습니다. 음식을 씹을 때마다 따끔거리고, 심할 때는 양치질조차 고역이었죠. 그런데 구내염이 단순히 피곤해서 생기는 입병이 아닐 수 있다는 걸, 제대로 들여다보고 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이 글에서는 재발성 궤양의 원인부터 베체트병과의 연관성, 그리고 눈에 보이는 이상이 없는데도 입이 타들어가는 구강작열감증후군까지 정리했습니다.

구내염, 재발성 궤양, 피곤해서만 생기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입이 헐면 "요즘 무리했나 보다"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컨디션과 상관없이 반복적으로 생기는 패턴이 있다는 걸 느꼈고, 단순 피로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구내염 중 가장 흔한 유형은 재발성 아프타성 궤양(Recurrent Aphthous Ulcer)입니다. 여기서 '아프타'란 점막에 생기는 궤양을 뜻하는 의학 용어로, 입안 어디에든 생길 수 있고 통증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인구의 약 4분의 1이 경험할 만큼 흔하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출처: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크기를 기준으로 나누면, 지름 1cm 미만은 소형 아프타성 궤양으로 보통 일주일 안에 흉터 없이 낫고, 1cm 이상은 더 오래 걸리고 흉터가 남기도 합니다. 원인으로 알려진 것들은 외상(입안을 깨무는 것), 스트레스, 호르몬 변화, 특정 음식, 유전적 소인 등입니다. 실제로 가족 중에 같은 증상을 겪는 분이 있다면 유전적 소인이 관여할 가능성이 약 40%라고 합니다.
저처럼 밥을 먹다가 입안을 씹어서 구내염이 생기는 경우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구강 점막이 외상을 받으면 각화(점막 표면이 단단해지는 보호 반응)가 감소하면서 궤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각화란 점막 세포가 단단하게 변하면서 외부 자극을 막아주는 현상을 말합니다. 피곤할 때 유독 자주 씹히는 느낌, 그게 단순한 우연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 피해야 할 음식: 땅콩, 글루텐 함유 식품, 매운 음식, 신 음식
- 피해야 할 치약 성분: 소듐라우릴설페이트(SLS) 함유 치약 — 구강 점막을 자극해 궤양을 악화시킬 수 있음
- 도움이 될 수 있는 영양소: 비타민 B12, 비타민 B2, 엽산, 철분
- 국소 치료: 스테로이드 연고(오라메디, 케나로그 등), 탄툼 가글액
반복되는 구강궤양, 베체트병을 의심해야 할 때
일반적으로 구내염은 한두 번 생기고 낫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저처럼 어릴 때부터 반복적으로 생기는 경우라면, 혹시 전신 질환과의 연관성이 있는 건 아닌지 한 번쯤은 확인이 필요합니다.
구강궤양이 전신 질환의 초기 신호가 되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베체트병(Behçet's Disease)입니다. 베체트병이란 자가면역 반응에 의해 혈관에 염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만성 전신 염증 질환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인구 1,000명 중 약 1명꼴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대한의학회 의학용어사전). 희귀 질환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그렇게 드문 병은 아닙니다.
베체트병의 임상 진단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1년에 3회 이상 구강궤양이 반복되면서, 성기 궤양, 눈의 포도막염 또는 망막혈관염, 피부 결절성 홍반이나 농포, 그리고 이상 초과민 반응 중 두 가지 이상이 동반될 때 베체트병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이상 초과민 반응(Pathergy test)이란 피부에 바늘로 자극을 줬을 때 24~48시간 이내에 고름이 잡히는 반응을 말합니다. 병원에서 주사를 맞은 자리가 곪았던 경험이 있다면 이를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구강궤양 외에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루푸스 같은 자가면역 질환과 연관된 구강 병변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또한 비타민 B12, 엽산, 철분 결핍이 있을 때도 입이 잘 헌다고 합니다. 구내염이 자주 반복된다면 단순히 알보칠만 바르면서 버티기보다는, 발생 빈도와 함께 나타나는 전신 증상을 기록해두고 한 번쯤은 전문의에게 확인해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적, 구강작열감증후군
구내염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유형이 있습니다. 바로 구강작열감증후군(Burning Mouth Syndrome)입니다. 이름 그대로 입안이 타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지속되는 상태인데,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게 특징입니다. 제가 처음 이 개념을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입이 타는 느낌인데 아무것도 안 보인다는 게 선뜻 이해되지 않았거든요.
구강작열감증후군은 원발성과 이차성으로 나뉩니다. 원발성이란 국소 병변이나 전신 질환이 없는데도 증상이 생기는 경우로, 발병 기전이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이차성은 원인 질환이 있는 경우로, 당뇨병성 신경병증, 갑상선기능저하증, 구강 칸디다증(캔디다균에 의한 곰팡이 감염), 쇼그렌증후군(타액과 눈물 분비가 감소하는 자가면역 질환), 약물 부작용 등이 해당됩니다.
이차성의 경우 약물 부작용이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뇨제, 안정제, 항고혈압제, 류마티스 치료에 사용되는 메토트렉세이트 같은 약물도 구강을 건조하게 만들거나 점막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부분은 본인이 먹고 있는 약 목록을 한 번쯤 점검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증상으로는 타는 느낌 외에도 맛 감각 변화, 구강건조증, 냄새 이상 등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탄산음료나 뜨거운 음식, 맛이 강한 자극적인 식사를 하면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다르지만, 당뇨병성 신경병증에 사용되는 리포익산이나 중추신경계 조절 약물인 가바펜틴 등을 쓰기도 하고, 심리적 요인이 관여하는 경우에는 항우울제나 심리 치료도 병행합니다. 고령 여성, 특히 폐경 이후 발생 빈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알보칠이 구내염을 빨리 낫게 해주나요?
A. 알보칠은 바를 때 강한 통증이 따르는데, 제가 오랫동안 써본 결과 실제로 완전히 낫는 시간이 바르지 않았을 때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임시로 통증을 줄이는 효과는 있지만, 치료제라기보다는 대증적인 방법에 가깝습니다. 전문의들은 탄툼 가글이나 스테로이드 연고 같은 국소 치료를 먼저 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비타민 C를 많이 먹으면 구내염에 좋은가요?
A. 일반적으로 비타민 C가 면역에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구내염 치료에 직접적인 근거는 부족합니다. 오히려 고용량 비타민 C는 구강 점막이나 식도 궤양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구내염에는 비타민 B2, B12, 엽산 같은 B군 복합제가 더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Q. 구내염이 자꾸 반복되면 베체트병인가요?
A. 반복적인 구강궤양만으로 베체트병을 진단하지는 않습니다. 1년에 3회 이상 반복되는 구강궤양에 성기 궤양, 눈 증상, 피부 병변 중 2가지 이상이 동반될 때 베체트병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구강궤양만 반복된다면 베체트병 외에도 크론병, 루푸스, 영양 결핍 등 다른 원인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Q. 입이 마르고 타는 느낌인데 구강건조증인가요?
A. 구강건조증과 구강작열감증후군은 다릅니다. 구강건조증은 타액 분비 자체가 줄어드는 상태이고, 구강작열감증후군은 타는 느낌이 주된 증상으로 타액 분비량이 정상일 수도 있습니다. 두 증상이 함께 오는 경우도 있으므로, 쇼그렌증후군이나 갑상선 질환 가능성도 전문의에게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Q. 구내염에 SLS 치약이 나쁜 이유가 뭔가요?
A. SLS(소듐라우릴설페이트)는 치약의 거품을 만드는 계면활성제 성분입니다. 이 성분이 구강 점막을 건조하게 만들거나 자극을 줘서 궤양 발생 빈도를 높일 수 있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구내염이 자주 반복된다면 SLS가 없는 치약으로 바꿔보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결론
저처럼 어릴 때부터 구내염을 반복적으로 겪어온 분이라면, "피곤해서 그렇겠지"라는 말로 넘기기보다는 한 번쯤 패턴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구내염은 자연스럽게 낫는 재발성 아프타성 궤양에 해당하지만, 발생 빈도가 높거나 다른 전신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베체트병이나 자가면역 질환 가능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눈에 보이는 이상이 없는데 입이 타들어간다면 구강작열감증후군으로 접근해서 당뇨, 갑상선, 복용 약물을 점검해보는 게 먼저입니다.
알보칠 하나 들고 버티던 시절을 생각하면, 좀 더 일찍 원인을 살펴봤더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증상이 반복된다면 발생 시기와 동반 증상을 메모해두고 전문의를 찾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다음 단계라고 생각합니다.